보물을 얻기 위한 목숨 건 삽질
<도굴>에는 '동구'라는 소문난 도굴꾼이 주인공이다. 동구는 도굴을 하던 아버지를 어려서부터 봐온 탓에, 할 줄 아는 것이 도굴뿐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굴꾼이 되었다. 평소처럼 도굴을 하던 어느 날, 동구가 도굴한 불상을 구매하기를 원한다는 진상길 회장 측근인 '세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세희는 알고 보니 대기업 회장인 '진상길'의 아래에서 일하는 큐레이터였다. 진상길 회장은 겉으로는 문화재를 지키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앞장서서 외국에 문화재를 팔아 부를 쌓는 위선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세희와 불상을 거래한 동구는, 세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작업하기로 한 문화재는 중국의 동굴 안에 있는 고구려 벽화였다. 세희로부터 불상 거래 금액보다 더 많은 거래 금액을 제안받은 동구는, 벽화 도굴 전문가인 존스 박사를 찾아가 도굴작업을 함께 하자고 설득한다. 그렇게 중국으로 원정을 떠난 동구와 존스 박사는 피 나는 사투 끝에 고구려 벽화의 도굴에 성공하여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고구려 벽화의 거래를 마치고 진상길 회장과 악수한 동구는 그 짧은 순간에 진상길 회장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다.
진상길 회장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동구가, 그 이후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도굴>을 감상하기를 바란다.
'도굴'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의 영화
내가 매우 많은 영화를 감상하는 편은 아니지만, 국내 영화 중에 '문화재 도굴'을 주된 소재로 하여 영화를 제작한 경우는 거의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도굴>을 접한 많은 관객들도, 영화 소재가 매우 생소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굴>은 보기에 난해하지 않은 영화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영화 제작자들이 항상 다루어지는 소재들 말고 <도굴>처럼 신선한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준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것들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유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도굴>을 통해, 나는 현재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한 많은 문화재들이 떠오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해외로 반출된 우리의 문화재는 16만 점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 또는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역사적 문제에 대해 매번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매체가 대중들에게 계속적으로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인지시켜주어야, 시민들도 이러한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도굴> 제작사 덕분에 사회적 문제를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해외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우리나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또한, 앞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어, 그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감 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스태프들의 노력
<도굴>은 문화재를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소품이나 세트장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여담이 나올 만도 한 이유는, 일반인 관객인 내가 보았을 때 <도굴>에 나오는 문화재들이 실제 문화재와 이질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들의 후기에도, "영화 <도굴>에 나오는 문화재들이 실제 문화재와 위화감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는 내용이 언급되곤 했다. 실제로 <도굴>의 제작진은 여러 석탑이나 불상 소품을 제작할 때,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하여 구현해냈다고 한다. 심지어 세트장의 경우에도, 실제 지역의 80%에 달하는 크기의 세트장을 직접 제작하여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흙이나 먼지까지도 다 세세히 준비를 하였다고 하니, 영화를 위한 제작팀의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도굴>에서 동구가 다양한 문화재들을 도굴하는 장면을 구성할 때, 실제 도굴의 난이도를 대본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관객이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작은 요소까지 묘사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제작팀을 통해,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에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관객들이 <도굴>과 같은 양질의 영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눈이 즐거운 영화를 찾고 있다면, <도굴>을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