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여자 주인공인 미수는, 엄마가 물려주신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늘 그렇듯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을 들으며 빵집을 열고 빵 장사를 하고 있던 1994년의 어느 날, 훈훈하게 생긴 남자 한 명이 뜬금없이 두유를 찾는다. 그렇게 미수의 빵집과 인연이 닿은 남자는, 어느새 미수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 남자가 바로 <유열의 음악앨범>의 남자 주인공 현우이다. 현우는 수려한 외모로 빵집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수미 또한 현우를 보며 설레어한다.
그런데 현우가 빵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기 시작했다. 현우의 또래 친구들이 현우를 아는 척할 때마다 현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들이 미수네 빵집에서 소란을 피웠다.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있고 나서 며칠 뒤, 현우는 개인 사정으로 월급을 미리 지급해달라고 요청한다. 돈을 받은 후 현우는, 미수네 빵집에 더 이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렇게 인연이 끊어져버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수는 못내 현우를 기다린다. 결국 미수는 현우와 만나지 못하고, IMF로 인해 미수는 빵집의 문을 닫게 된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미수는 현우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현우는 미수를 만나자마자, 왜 당시 자신이 미수네 빵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는지 해명한다. 그의 말을 들은 미수는 아직도 현우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저번처럼 연락이 끊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수는 자신과 연락할 수 있는 연락수단을 현우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수가 현우에게 연락 가능한 정보를 덜 제공해주는 바람에 미수는 현우와 연락하지 못했다.
이어질만하면 자꾸만 틀어지는 미수와 현우의 관계와 상황에 초점이 맞추어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라디오 방송 '유열의 음악앨범'과의 연관성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당시 개봉 전 한국 멜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예매표 10만 장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초반 흥행 이유 중 하나는 영화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가꾸어주는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부터 <유열의 음악앨범>이었기에,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가수 유열이 KBS 라디오에서 진행한 유명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제작진은, 영화의 배경이 된 1994년부터 2005년도까지의 사랑 이야기를 이어 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유열의 음악앨범'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에 프로그램 이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극 중에서 미수가 '유열의 음악앨범' 라디오를 청취하는 장면에서,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오프닝곡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러한 소소한 부분들은, 대중들이 영화를 볼 때 충분히 추억을 회상하게끔 제작진들이 노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처음'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역시 첫사랑은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였다. 첫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의 처음은 항상 서툴고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법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와 현우의 이야기를 보며, 항상 모든 것에 서툴렀던 옛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서툴다는 게 나에게는 항상 스트레스였는데, 지나고 보니 "왜 그런 것에 굳이 스트레스까지 받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무언가에 처음이라 마음고생하는 분들에게, 곧 능숙히 잘하게 될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편,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면서 배운 1가지 교훈은 "나를 더 소중히 여기도록 노력하자."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현우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청년이다. 그래서 현우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좋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몰랐을 수 있지만, 이제 현우는 자신 주변의 환경을 충분히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현우가 부디 자신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이제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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